1883년 여름, 인도네시아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사이의 순다 해협은 무역선들이 바쁘게 오가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열대 바다였습니다. 그 해협 한가운데에는 짙은 열대림으로 뒤덮인 화산섬 '크라카타우(Krakatoa)'가 솟아 있었습니다. 수 세기 동안 잠잠했던 이 섬은 현지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이자 평온한 안식처였을 뿐, 누구도 그 깊은 지하에 지구가 감춘 가장 파괴적인 재앙이아 도사리고 있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.

그 평화는 그해 8월 말, 지구 전체를 뒤흔들 거대한 지각 변동과 함께 무참히 깨졌습니다.

1.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진 날

1883년 8월 26일 오후부터 크라카타우 화산은 심상치 않은 폭발음을 내기 시작했습니다. 하지만 진짜 공포는 그다음 날 아침에 찾아왔습니다. 8월 27일 오전 10시 께, 화산섬 전체를 공중으로 산산조각 내버린 연쇄적인 대폭발이 일어났습니다.

  • 3천 마일 밖에서 들린 폭발음: 이날 발생한 폭발은 인류 역사상 기록된 가장 큰 소리로 공인되어 있습니다. 화산 폭발음은 무려 4,800킬로미터(3,000마일) 떨어진 아프리카 동해안의 로드리게스 섬과 호주 퍼스에서도 선명하게 들렸습니다.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사람들은 그 소리를 멀리서 들려오는 대포 소리나 해전의 총성으로 오인해 군대를 출동시키거나 구조선을 준비 소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.

  • 하늘을 가린 화산재 장막: 폭발과 함께 뿜어져 나온 시커먼 화산재는 수십 킬로미터 상공까지 치솟았고, 사방 수백 킬로미터 반경의 지역을 완전히 암흑 속에 가두었습니다.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밤보다 더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와 주민들은 손가락조차 볼 수 없는 공포 속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.

2. 거대한 해일과 바다 위로 사라진 섬

화산의 정점은 단순히 폭발로 끝나지 않았습니다. 산꼭대기뿐만 아니라 거대한 화산체 자체가 바다 밑 지하 마그마 웅덩이로 무너져 내리면서,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이 연쇄적으로 발생했습니다.

  • 30미터 높이의 거대 쓰나미: 화산이 붕괴하며 바닷물이 급격히 밀려들었고, 곧이어 3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쓰나미(지진해일)가 순다 해협의 해안가를 무자비하게 덮쳤습니다. 해안가에 있던 160여 개의 마을과 정착지가 순식간에 물에 잠기거나 쓸려 나갔습니다.

  • 육지로 밀려 올라간 거대한 선박: 이 거대한 해일의 위력은 인근 항구에 정박해 있던 대형 증선마저 수백 미터 내륙의 정글 한가운데로 밀어 올려 버릴 정도로 무지막지했습니다. 이 참혹한 쓰나미와 폭발의 여파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만 공식 집계로 3만 6천여 명을 넘었습니다.

3. 지구를 7 바퀴 돌고 전 세계의 노을을 물들인 상흔

크라카타우의 대폭발이 만들어낸 충격파는 눈에 보이지 않게 지구 전체를 감싸 안았습니다.

  • 지구를 순환한 대기 충격파: 화산 폭발로 발생한 거대한 기압 충격파는 지구 대기를 무려 7 바퀴나 돌며 전 세계 기상 관측소의 바로미터(기압계)를 요동치게 만들었습니다.

  • 전 세계를 찾아온 화산 겨울과 핏빛 노을: 대기권 높이 치솟은 어마어마한 양의 화산재와 이산화황 가스는 수개월 동안 지구 전체를 감싸며 햇빛을 차단했습니다. 이로 인해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일시적으로 내려가는 '화산 겨울' 현상이 나타났고,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저녁 하늘은 수개월 동안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강렬한 핏빛 노을로 물들었습니다. 역사학자들은 이 무렵의 기이하고 붉은 하늘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에게 깊은 영감을 주어 명작 <절규>를 탄생시키는 배경이 되었다고 추정하기도 합니다.

순다 해협의 푸른 낙원을 단숨에 지옥으로 바꾸어놓고, 지구의 대기 전체를 울렸던 크라카타우의 대폭발. 한 섬의 완전한 소멸은 자연이 가진 경이롭고도 무자비한 힘이 얼마나 거대한지 보여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렬하고 묵직한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.